그리스 철학은 객관적 세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된다. 이 철학은 그 눈을 외부 자연으로부터 안으로 인간 자신에게로 점차 돌린다. 자연에서 인간으로의 관심 변화는 인간 지성과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를 낳는다. 즉 논리학과 윤리학과 심리학과 정치학과 시학의 연구를 낳는다. 이 연구들 가운데 윤리학에 좀 더 특별한 관심이 집중된다. 그리고 이제 철학의 주된 질문은 다음과 같아진다: 최고선(最高善)이 무엇인가? 삶의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가? 이런 탐구 과정에서 형이상학과 인간 지식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인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신의 문제, 그리고 인간과 신의 관계의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며, 그리스 철학은 시작할 때처럼 종교로 마친다.
(1) 소피스트 이전 시기: 자연주의적, 존재론적, 일원론적
첫 번째 큰 문제인 외부 자연의 문제는 소피스트 이전 시기에 제기되었다. 이 시기는 기원전 585년부터 5세기 중반까지이다. 이 시기에 철학의 무대는 식민지 세계이다. 철학은 이오니아, 남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발전한다. 가장 초창기의 그리스 철학은 자연주의적이다. 그 관심이 자연에 쏠려 있다. 이 철학은 대체로 물활론적이다: 자연을 살아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 철학은 존재론적이다: 사물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 철학은 주로 일원론적이다: 단일한 원리로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 이 철학은 독단적이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간 지성의 능력을 순진하게 전제한다.
자연주의 시기의 철학자들은 외부 자연에 관한 두 가지 상호 의존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첫째는 실체의 문제였다: 자연적 대상들을 구성하고 그것들이 기원하는 기본적 실체 혹은 실체들은 무엇인가? 두 번째는 변화의 문제였다. 기본 실체 혹은 실체들이 감각의 친숙한 대상들로 변하는 과정의 본질은 무엇인가? 밀레토스 학파의 가장 초창기 자연 철학자들(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가운데서와 피타고라스학파 가운데서는 두 가지 문제가 거의 구분될 수 없지만, 여기서도 우리는 사물의 기본 재료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하는 문제와 기본 재료가 어떻게 사물로 변하는가 하는 문제의 구분을 탐색할 수 있다. 변화의 문제는 헤라클레이토스와 엘레아학파(파르메니데스가 가장 중요한 주창자이다)에서 급진적인 형태로 등장한다. 그들에게 문제는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변화라는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에게는 변화가 궁극적인 것이며 항구성은 한낱 감각적 현상에 불과하다. 파르메니데스에게는 항구성이 근본적인 것이며 변화란 단순한 현상이다. 이 철학자들에게 실체의 문제는 부차적인 위치로 격하되었다.
(2)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의 시대 (지식 옹호, 논리적 방법 사용에 의한 진리의 도달)
그리스 철학의 두 번째 발전 국면인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의 시대는 외부 세계의 구성과 기원에 관한 존재론적 우주론적 사색에서 돌이켜, 인간의 문제, 인간의 지식과 행동의 문제에 거의 배타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5세기에 해당하는 소피스트 운동은 이행의 한 국면이다. 이 운동은 세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간 지성의 능력에 대한 점차적인 불신과 따라서 전통적 개념과 제도에 대한 신뢰의 결여를 보여준다. 이는 회의적·급진적·혁명적 운동이며, 형이상학적 사변에 무감각하거나 적대적인 운동이다. 하지만 이 운동은 사람의 문제에 관심을 촉구하면서, 지식의 문제와 행동의 문제에 대한 좀 더 철저한 탐구를 필요하게 만들며, 소크라테스의 시대를 예고한다. 아테네가 이 새로운 계몽 운동과 거기서 발전하여 나온 위대한 철학 학파들의 본거지이다. 기원전 430년에서 320년에 걸쳐 있는 소크라테스의 시대는, 재구성의 시대이다. 소크라테스는 회의론의 공격에 맞서 지식을 옹호하며, 논리적 방법의 사용에 의하여 어떻게 진리에 도달할 수 있겠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그는 선(善)의 의미를 정의하려는 노력에서 윤리학을 위한 길을 닦는다.
(3)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 이원론적, 체계적 시대, 형이상학적 문제, 논리학, 윤리학, 정치학의 합리적 이론 구축
고대의 위대한 두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체계적 시대는 철학의 모든 문제에 관한 관심이 그 특징을 이룬다. 실재에 관한 형이상학적 문제, 인간의 지식과 행동과 세계 질서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치에 관련된 인본주의적 문제 말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소크라테스가 닦은 토대 위에 체계를 세워, 지식(논리학), 행동(윤리학), 국가(정치학)의 합리적 이론을 구축한다. 그들은 똑같이 사변적 사유의 포괄적 체계(형이상학)를 만들며, 지성 혹은 이성의 측면에서 우주를 해석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철학을 비판적 철학으로 특징지을 것이다. 이 철학은 합리론적으로 지식의 원리를 탐구한다. 인본주의적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이성의 능력을 받아들인다. 유심론(唯心論)적으로 혹은 관념론적으로 인간을 연구한다. 이 철학은 지성이 실재를 설명하는 제일 요소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또한 질료를 지성에 부차적인 것이긴 하지만 실재 속의 한 요소로 보는 점에서 이 철학은 이원론적이다.
(4) 윤리-종교 시대 : 아리스토텔레스 후기 시대,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
마지막으로, 윤리-종교 시대이다. 이는 기원전 320년부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철학자들의 학교를 폐교시킨 서기 529년까지인데, 아리스토텔레스 후기 시대라고 불린다. 그 무대는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로마이다. 두 국면을 주목할 수 있겠는데, 윤리적 국면과 신학적 국면이다. (a) 스토아학파 제논과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의 최고 물음은 행동의 문제이다. 합리적 인간 활동의 목표 즉 최고선은 무엇인가? 에피쿠로스학파는 쾌락의 생활에서 해답을 찾는다. 스토아학파는 덕의 생활에서 그것을 찾는다. 두 학파는 논리학과 형이상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전자는, 그런 지식이 미신과 무지를 타파하고 행복에 공헌할 것이므로 관심을 가지며, 후자는 그런 지식이 합리적 우주의 일부로서 인간의 의무를 가르쳐 줄 것이므로 관심을 가진다. 에피쿠로스학파는 유물론자와 기계론자이다. 스토아학파에 따르면 우주는 신적 이성의 표현이다. (b) 알렉산드리아에서 발흥한 신학 운동은 그리스 철학과 동양 종교의 접촉에서 기인했다. 이 운동은 그 최고 발전 형태인 신플라톤주의에서, 세계를 모든 존재의 원천과 목표인 초월적 신으로부터의 방출로서 설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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